'22년 5월에 아는 동생의 권유로 로드 자전거계에 입문.. 

개미지목에 빠지게 된 내 삶 1년차.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10월에 낙차사고를 당하고 

한동안 자전거를 못타며 유튜브 영상으로 마음을 달랬었는데..

그 때 본 게 각종 인플루언서들이 자전거를 타고 대회를 나간 그란폰도였다.

 

진짜 미치도록 나가고싶었다.

뻥 뚫린 도로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같이 한꺼번에 자전거를 타며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맛난것도 먹고 평소엔 잘 올라가지도 않은 긴 헤어핀 커브를 올라가며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격려도 하고. 내 눈엔 신세계였다.

 

목표가 생겼으니 목표를 이루기까지 기반이 있어야지.. 

저질같은 몸을 개선하기 위해 남들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시즌을 시작했다.

집에 로라가 없던 나로썬 훈련을 하기 위해선 겨울에 나갔어야했으므로

거의 2월부터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했던 거 같다.

나름 동네에서 쳐주는 업힐도 꾸준히 올라가고.. ㅋㅋ

 

그래도 첫대회인데 막 설악, 저수령 그란폰도 이런데는 힘들기도 하고

애초에 내가 가다가 컷오프 당할 거 같아서 포기하고 

자린이답게 입문자가 보기에 만만해보이는 대회로! 영산강 그란폰도를 가기로 마음 먹었다.

 

총거리 104km에 스트라바에는 획고 1040m로 찍혀있었다.

나름 큰 업힐은 60km 지점에 덕곡리 내산 업힐 정도 밖에 없고 나머진 거의 깔딱이라고 봐도 무방해서

초보나 입문자가 딱 도전하기에 좋은 대회다.

 

그렇게 대회 당일 전날에 차를 이끌고 장장 3시간이나 되는거릴 밟고서

전라도 나주까지 내려갔다. 

모임에 있는 사람과 함께 방을 잡고 저녁을 먹었는데.. 모텔 바로 앞에 있던 백반집에서 

대회 참가한 인플루언서 같은 커플도 만나고.. 백반은 별로 맛이 없었지만.

 

운전을 엄청해서 그랬는지 밥먹고 씻고 방 돌아오자마자 7시쯤 거의 바로 잤던 거 같다. 

그리고 아침 5시 기상. 

[전날엔 사진을 거의 못찍었다.. 운전때문에 너무 피곤해서 사진 찍을 생각을 아예 못함..]

 

기상했는데 요근래 자고 일어났을 때 가장 최적의 컨디션이었던 거 같다.

몸상태가 왜이렇게 좋지? 머리도 완전 맑고 몸이 개운한게 와 이건 오늘 자전거타면 진짜 존나 잘타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ㅋㅋ

 

대회장에 도착하니 아침 6시.

다 좋은데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있었다.

일기예보를 보고 비가오는건 알고있었는데 오전에 오다가 그치고 12시 정도부터 다시 내린다는 예보로 되어 있어서

존나 밟아서 달리고 12시 이전에 피니시하면 되지않을까? 라는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는데

이래서야 대회 내내 비를 맞으며 수영장 파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7시 30분부터 개회식이라고 해서 그전에 배번표를 받으라고 하길래

배번표를 받고 경품 추첨지를 박스에 넣고 왔다.. 다행히도 대회 시작쯤되니까 빗줄기가 약해져서 이정도면 탈수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빗줄기 내리는거보고선 내려오다가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하던데..

 

태그를 액슬에 꼽고 배번표도 꽃았다. 태그를 자전거에 직접 묶지 말라고 한다.. ㅎㅎ

 

7시 30분 개회식 시작.

나는 대한민국에 자전거타는 사람이 이리 많을 줄 몰랐다.

광주MBC에서 와서 촬영도 하고 하는데.. 생중계 되는 게 신기했다 ㅋㅋㅋㅋ 

뭔 MBC 사장이니 국회의원이니.. 시장이니 뭐니 

다들 말은 길게 안해서 좋은데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ㅋㅋㅋ 한사람이 한마디씩만해도 시간이 좀 걸린듯

 

그리고 대망의 8시 출발. 

사람들 진짜 엄청 많다 ㅋㅋㅋㅋ MTB도 있고, 미니스프린터도 있고 ㅋㅋ

 

 

진짜 재밌었다. 코스들도 대부분 평지 위주이기도 하고 

비가 내려서 위험한 것도 있었지만 오히려 해가 안뜨고 비가 내리니 시원시원해서 덜 지쳐서 파워도 더 잘나오고 (ㅋㅋ)

1보급소. 

솔직히 딱 내수준에 맞겠다 싶은 팩 하나 잡고서 뒤에 붙어서 

평지 좀 타고 깔딱 몇개 타니까 보급소가 나오길래.. 오잉 벌써? 하는 느낌은 있었다.

100km를 휴식없이 그것도 업힐을 끼고 탄 적은 거의 없었어서 일부러 파워를 아끼고 타고 있었는데.. 

너무 힘이 많이 돌아서 이거 너무 아끼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 

 

대충 에너지바랑 물이랑 콜라를 줬는데 배가 안고프긴 해도 맛있었다 ㅋㅋㅋ

 

그리고 좀 타니까 2보급소가 나왔는데 1보급에서 좀 많이먹었는지 배가 고프진 않았다 

신기한 건 크램픽스를 줬는데 난생 처음 크램픽스를 먹어봤는데.. 뭔 맛이 그런지 우웩

걸레를 물고서 꼭꼭 씹어서 쭉쭉 빨아먹으면 이런 맛이 날까 하는 맛이었다.. 우웩.. 

그래도 효과는 확실한지 오른쪽 다리에 아주 살~짝 쥐가 찍찍 거리면서 올까말까 하는 상태였는데 싹 사라졌다.

 

2보급소를 지나자마자 위에서 말한 이 대회코스의 유일한 업힐인 덕곡리 내산업힐이 나오는데 동시에 KOM 계측 구간이기도 하다.

절.대. 못탈 정도는 아니고 개인적으론 내가 타다보니 끌바하거나 하는 사람도 하나도 없었던 걸 보면 

업힐 치고는 솔직히 쉬운 구간이라고 생각한다. 거진 서울에 남산 탈 줄 알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인 듯..

 

올라가면서 찍은 내산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는데

덕곡리 내산 업힐 올라가면서 앞에 사람들이 좀 쳐지는 거 같아서

체력이 좀 많이 남기도 했고 슥슥 올라가면서 지나갈게요~ 하면서 올라가는데

오른쪽에 계시던 분이 아주그냥 KOM 따겠어! KOM 따! 하시길래 웃었던 기억이ㅋㅋㅋㅋㅋ

 

피니시라인.

중간에 체력이 너무 많이 남은거 같아서 보급이 필요없을 거 같아서 3보급은 스킵했는데

거~의 막바지에 와서 봉크 올라오는 게 좀 느껴지는 거 같아서. 이래서 보급이 3개나 있었구나 싶었다.

약간 저혈당 온 거 같이 몸이 잠기는 느낌이라 살짝 위험햇던 듯.. 파워를 내려고 해도 일정 파워 이상 유지가 되질 않더라ㅋㅋ

 

막바지 부분에서 대회에 젖소옷 입고 탄 사람이 있었는데.. 

아직도 의문인 게 대체 비가 그렇게 왔는데 젖소옷이면 다 물에 젖어서 난리였을텐데 그 옷을 입고 어떻게 탔는 지가 난 아직도 의문이다. 너무 대단해보여서 따봉 하나 날리고 파이팅! 하면서 지나가드렸다 

 

 

이렇게 내 첫대회가 끝났다.

자전거도 옷도 전부 다 눅눅하고 축축하고 개판이 됐고

대회가 끝나니까 해가 뜨는 날씨도 참 웃겼지만..

 

그 이상으로 너무 재밌었고 달성감도 장난 아니고 

무엇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자전거를 함께 타고 이런 기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전체적인 대회 자체에 대해 총평하자면


[좋은점]

1. 마샬 통제 등 대회 운영 자체가 굉장히 스무스함

- 중간중간 차량이 들어온 코스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코스 안내나 차량 통제 같은 대회 운영 자체가 굉장히 스무스했다. 첫대회 개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다들 그러더라.

대회 직전에 있었던 지리산 그란폰도에서 개판친것도 영향이 있었나 싶은데. 아무튼 굉장히 운영이 깔끔하고 좋았다. 

 

2. 뉴비들이 많이 참가함

- 확실히 그란폰도라기보다는 메디오나 랠리에 가까운 코스 구성이라 난이도가 낮아 뉴비들이 접근하거나  굉장히 좋은 대회인 거 같다. 나만 못타서 막 쳐지면 약간 자괴감들고 하는데 다같이 못타니까! 아 나만 못타는게 아니야! 하는 위로가 든다 ㅋㅋㅋ

 

3. 보급소가 3개임

- 보급소가 3개라는 건 굉장히 뉴비친화적이다. 별거 안했는데도 점심밥을 주는 커리큘럼 같은 느낌이다.

 

4. 컷오프가 널널함

- 단점이다 장점인데. 컷오프가 '굉장히' 널널하다. 애초에 뉴비들이 많이 올거라고 생각하고 개최한 대회인 듯 싶다.

중간 지점 컷오프가 11시이고, 마지막 회수차 컷오프가 오후 2시니.. 정말 말 다했다. 

낙차같은 사고로 다치지 않는 이상에야 컷오프 할 일이 절.대. 없다는 뜻이다

다만, 피니시 컷오프가 오후 2시다보니 경품 추첨도 뒤로 미뤄져서 미리 들어와서 좀 기다렸어야했다는 게 ㅋㅋ


[나쁜점]

1. 노면상태가 안좋고 중간중간 코스가 구리다

포트홀도 몇군데 있었고 중간중간 다운힐 구간에 공사하는 구간이 있어서 살짝 위험했다.

무엇보다 이상한 터널로 들어가서 갑자기 좌회전 하는 코스나 농로로 빠지는 구간같은 게 있어서 .. 

코스가 좀 전체적으로 별로였다는 생각은 한다.

 

2. 실시간 중계 

실시간 중계라고 해놓고 앞에 선두그룹만 찍고 있다는 게 좀 문제였던거 같다

물론 장비의 한계나 컨텐츠 제작의 한계 부분이 있었겠지만 이럴거면 나도 빠르게 앞라인에 붙어서 선두를 쳤지 않겠나..

좀 다양한 사람들을 찍어볼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했지 않았나싶다. 


 

나쁜점이 한가지밖에 떠오르질 않는거보니 

너무 좋았나보다..  좀 시간이 지나서 글을 쓰는거라 많이 미화된 걸수도 있지만.

아무튼 지금도 대회뽕이 안빠져서 다친 이시점에서도 또 대회가고싶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정말로 좋았나보다.

 

뉴비인데 막 엄청 오르막 올라가는 변태같은 대회는 싫고 

대회는 한번 경험해보고싶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고려해볼만한 대회인 거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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